산언덕에 조그마한 여관. 상인과 여행자들의 유일한 휴식처인 이곳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인심좋은 여인 홍류의 웃음 한번 보고자 찾아오는 이들도 많았다. 어느날 허름한 옷에 칼 한자루를 손에 쥔 사내가 도착한다. 며칠째 목욕도 안한듯한 몰골의 그 사내를 사람들은 “원수를 찾는 손님”이라고 부른다. 홍류는 그에게 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그의 잔혹한 살인행위를 본 그녀는 그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갈등한다.
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니석을 조각하며 사는 한 노인네는 ‘원수를 찾는 손님’이 불행의 시작이라며 그를 멀리하라고 충고한다. 겨울이 되자 사방은 꽁꽁 얼어붙고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진다. ‘원수를 찾는 손님’은 홍류와 함께 겨울을 나기로 한다. 그녀의 아들과 함께 잘지내는 그를 보며 한편으로는 안심을 하지만 그의 광기는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