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바람과 불(An Escalator in World Order, 2011)

해방 이후 우리 역사에서 미국은 종교적 신념의 대상과도 같았다. 감독의 의도를 드러내는 내레이션 하나 없이, 기록 필름과 현재 우리사회의 모습들을 엮은 의미심장한 다큐멘터리가 탄생했다. 한국 근・현대사 교육이 전무한 세대가 꼭 한번 봐야 할 영화. (2011년 12회 전주국제영화제)

이 영화는 김경만 감독의 첫 장편이다. 또한 이 영화는, <각하의 만수무강>(2002)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2003)에서 나타났던 ‘재편집의 방법’과 <우리는 봉사한다>(2001)와 <학습된 두려움과 과대망상>(2005)에서 나타났던 ‘응시의 방법’을 하나로 묶어낸, 일종의 종합이다.

이 영화가 ‘재편집’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미지는 주로 뉴스릴과 선전영화 등 공식적인 기록물이다. 영화는 이 이미지를 재편집함으로써 원래 그것이 지니고 있는 의미(또는 기능)를 ‘역전’시킨다. 그 의미의 역전을 이루어내는 방법의 핵심은 ‘충돌’이며, 그 ‘충돌’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공식 선전영화에서 쏟아지는 화려한 정치적 수사와 그 말과 대립되는 이미지 사이의 충돌이다(가령, 전두환의 취임사와 광주학살의 이미지의 충돌). 이 때, 이미지는 화려한 말의 매끄러운 논리에 균열을 내며 돌발적으로 ‘틈입’한다. 둘째는 공식 기록물에서 나타나는 과거의 이미지와 새롭게 촬영된 현재의 이미지 사이의 충돌이다(가령, 미국의 핵잠수함의 위력을 과시하는 이미지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규탄하는 ‘구국금식기도회’의 풍경 사이의 충돌).

이 때, 현재의 어떤 풍경을 포착하는 카메라는 그저 그 대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응시의 방법), 그 응시의 시간 속에서 대상은 스스로의 의도를 배반하는 어떤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의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김경만 감독 특유의 감각/미학이다. (변성찬/2011년 12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