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죽음(Morte a Venezia, 1971)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던 음악가 구스타프는 리도 섬에 요양 차 머무르던 중 너무나 아름다운 한 소년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날부터 노구의 신사가 소년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순정의 세레나데가 시작되는데, 잿빛 같은 얼굴을 가졌던 이 남자는 소년의 엷은 미소 한번에 열아홉 소녀처럼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가까이 말 한번 건네지 못한 채 호텔의 로비를, 레스토랑을, 베니스의 골목을, 리도의 해변을, 오로지 소년의 자취만을 찾아 헤맨다.

그리하여 그에게 소년의 가족이 점심 식사 후에 떠날 것이라는 호텔 지배인의 이야기는 마치 사형선고와도 같다. 이 소년이 이제 몇 시간 후면 이 도시에 없다는 사실이, 세상 누구에게서도 받은 적 없던 그 미소를 다시는 못 볼 거란 사실이, 그에게는 다리를 잘라내는 칼보다, 심장을 관통하는 활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 남자는 어떻게 해도 복원될 길 없는 젊음을 서글픈 화장으로 복원했다고 믿은 채 마음 속 연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바닷가에 앉는다. 태양을 반사하는 물빛처럼 반짝이는 그 소년을 쳐다보며 그 남자의 망막에는 잠시나마 찬란했던 젊음의 순간이 잡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운 날씨와 삶의 마지막 기운 때문에 노인의 얼굴은 이내 검은 먹으로, 붉은 연지국물로 얼룩지고야 만다.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