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The Wig, 2005)

어두운 병실, 수현은 오싹한 기운에 끌려 침대 밑을 바라본다. 그곳엔 더 이상 가망 없는 수현을 위해 언니 지현이 선물한 탐스러운 가발이 놓여있고, 가발은 수현을 자꾸만 유혹한다. 가발을 쓰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는 수현. 어느 샌가 핏기 없던 수현의 모습은 사라지고 점점 생기 넘치는 매혹적인 여자의 모습이 되어간다.

가발을 쓰고 나서부터 암세포가 줄어들고 눈에 띄게 생기를 찾아가는 수현. 지현은 그런 수현이 왠지 불안하다. 수현이 기석을 바라보는 눈빛도 예전과는 다르다. 그리고 계속되는 수현의 알 수 없는 말들… “내가 그렇게 무서워?”… 지현은 날이 갈수록 섬뜩하게 변해가는 동생에게 안타까움과 묘한 질투심을 느끼고 심지어 두려움마저 생기기 시작한다.

달리는 차 안, 이제는 활기찬 여자로 변해 있는 수현이 지현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변한 동생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순간, 수현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방금 그 버스 말이야!” 수현의 눈에 비치는 버스 뒷좌석에 앉아 있는 여고생 세 명의 뒷모습. 허리가 꺾인 채 머리카락에 조여지는 여고생이 수현을 노려보고 수현은 숨이 턱턱 차오른다. 하지만 언니 지현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버스일 뿐이다.

가발로 인해 변해가는 수현, 사랑스러운 동생이 공포가 되어 버린 지현. 점점 두 자매에게 비밀을 간직한 가발의 저주가 다가온다…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