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 선 연인(Lovers who stand at the end of the earth, 1992)

첫사랑에 실패한 후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아 다니던 재만은 친구의 도움으로 알래스카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그리고 아예 그곳에 눌러앉을 생각으로 여기저기 돌아보던 그는 우연히 첫 사랑의 여인 채원을 만난다. 채원은 그가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의 제자인데,서로 사랑하지만 사제지간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헤어졌던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구의 끝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재만과의 헤어짐 이후 상처받은 영혼을 안고 자포자기 상태로 타락의 길을 걷던 앤지는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 미군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왔었다. 그러나 미군 병사에게 버림받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던 중 그녀를 범하려던 불량배를 살해한 혐의로 알라스카 교도소에 수감 된다. 그녀의 정당성이 인정되어 곧 출감하나, 사방이 얼어붙은 땅에서 그녀는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을 갖지 못하고 죽음을 결심한다. 그때 눌라툭이라는 인디언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되고, 앤지는 그와 결혼하여 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구의 끝, 이곳 알라스카에서 운명의 만남을 갖게 된 두 사람. 그러나 이미 앤지는 남편이 있는 여인이다. 그럼에도 그 긴 세월을 단숨에 뛰어넘는 사랑의 감정은 그들을 헤어날 수 없는 처절함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둘의 애절한 사랑과 그 사랑을 둘러싸고 파생되기 시작하는 또 다른 사랑의 가지들이 엉켜가는 가운데 커대한 캐리브떼를 쫓는 겨울 사냥이 시작되고, 끝없는 설원속에 안타까운 사랑이 오로라처럼 잡히지 않는 땅 끝으로 흐른다.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