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포스토(Il Posto, 1961)

당시 이태리, 그 중에서도 이 영화의 배경인 북부의 밀라노는 경제적으로 한창 성장해 나가던 시기였다. 그러한 경제적 배경이 도처에 보인다. 곳곳에서 건물들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공간 속에서 우리의 주인공들은 일자리를 잡으려고 시험을 치르고 거대한 자본의 부속물과 같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한 발 물러선 관찰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지 사실 이 점을 자각할 만큼 도미니코의 삶이 한가하지는 않다. 시험장에서 모여든 군상들의 다양하고 때론 기묘한 모습들에서 우리의 주인공들 앞에 놓인 세계의 모습이 상상된다.

한편으로 도미니코는 이성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는 시기이다. 같이 입사시험을 친 도미니코와 안토니에타는 점심시간에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오후 시험 시간까지 함께 도시를 구경한다. 같이 걸으며 쇼윈도의 옷이나 상품들도 구경하고 에스프레소도 도시의 바쁜 직장인들 스타일로 마신다. 관계는 대개 이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도미니코의 안토니에타를 향한 관심과 관계는 두 사람이 각각의 부서에 배치된 다음부터 지속되기 어렵게 변한다. 회사 안의 생활은 자신의 부서를 넘어서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힘든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말미에 사원들을 위한 New Year Party 장면에서 도미니코의 기대와 달리 안토니에타가 오지 않는 것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산업사회에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것의 암울한 미래는 도미니코가 최종적으로 배치된 회계부서의 구성원들의 행태를 통해 전달된다. 하나같이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상호 소통이 되지 않는 듯한 모습의 구성원들이다. 자본주의 인간형이라고 할까? 이 공간은 숨막히게 기묘하기도 하지만 한번 들어가면 죽음 이후에나 벗어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은퇴라는 것도 가능하지만 많은 경우 은퇴 후에도 갈 곳이 없어 다시 자신이 일하던 공간을 찾아와 하릴없이 머물다 가기도 하는 것이 산업사회의 회사형 인간의 모습이다. 도미니코가 입고 있는 옷들은 하나같이 그의 몸보다 커 보인다. 이런 어색함과 부조화는 도미니코와 회사라고 하는 사방이 꽉 막힌 공간 사이의 불화를 상징하는 듯하다. 맞지 않는 옷을 걸친 듯한 도미니코…

입사시험에 합격한 다음 면접을 치를 때 만난 사장의 인상은 그대로 앞으로 그가 견뎌내야 할 회사라고 하는 자본주의 세계의 냉혹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그는 우리의 주인공을 한번도 똑바로 쳐다보지 않고 무뚝뚝함이 흘러 넘치는 듯한 태도와 목소리로 열심히 일 하라고 그러면 언젠가는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의 옆에 있던 비서 아주머니가 푸근한 웃음으로 도미니코의 긴장한 마음을 적이 완화해 주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올미의 시선은 본질적으로 따뜻하다. 그는 어떤 가치 판단을 앞세우기 보다는 연민의 시선으로 한 젊은이가 부딪치는 세계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난삽하고 거창한 이론으로 무장하고 현학적인 장면과 대사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연성이 아주 높은 현실의 장면들을 재현해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이태리 네오리얼리즘의 전통 위에 서 있는 성장영화라 하겠다. 감독 자신도 이 점을 인터뷰에서 인정하고 있다.

동경 올림픽(Tokyo Olympiad, 1965)

1964년 여름. 동경 올림픽의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경기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투혼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로 승리를 한 선수들보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의 식사, 연습, 전력을 다한 뒤 지친모습 등 다양한 상황을 감각적이고 시적으로 그렸냈다.

도그 스타 맨(The Art Of Vision, 1965)

1960년대의 실험 영화를 대표하는 독립영화로 스탠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작품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필름 위에 직접 채색을 하고,고의로 렌즈를 왜곡시키어 발생된 이미지와 이들의 현란한 편집은 소리를 대신한 훌륭한 연기자와 같은 역할을 보여준다. 자신의 아이들을 출산하는 부인의 그림과 함께 다중 노출된 […]

지중해(Mediteranee, 1963)

장 다니엘 폴렛 감독의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배의 노를 젓고 있는 노인, 거울을 보며 머리를 땋는 소녀, 피라미드의 미이라, 파도,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소녀, 투우장면 등 무수한 정지된 화면과 짧은 영상들이 짧게 때론 길게 불규칙하게 반복된다.

검은 집(The House Is Black, 1963)

1962년 가을, 파로허저드는 타브리즈의 나병환자 수용소에서 12일에 걸쳐 나병환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검은 집]은 나병이 신에 의해 걸리게 된다는 사람들의 믿음과, 기도를 통해 치료하려는 그들의 상태를 살펴본다. 종교적 맹신이 나병을 확산시키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파로허저드는 이 작업을 통해서 나병환자들의 신뢰를 […]

몬도가네-문명과 원시의 부조화(Mondo Cane, 1962)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전혀 상상치도 못할만큼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문명과 원시의 공존이 너무도 상이한 양면성이 공존하는 두 세계를 비교하면서 우리는 우리인간 내면의 허위성과 발달해가는 문명에 비해 오히려 역행되어 가고있는 인간의 도덕성을 생생히 고발한다. 문명의 끝없는 파행을 위해 […]

어느 여름날의 연대기(Chronicle of a Summer, 1961)

1960년 여름, 인류학자 장 로슈(Jean Rouch)는 아프리카의 부족 문화를 연구하던 중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Edgar Morin)과 함께 파리 젊은이들의 일상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행복에 대한 개념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두사람은 독일 망명인 마셀린 이벤스(Marceline Loridan Ivens), ‘카이에 뒤 시네마’의 이탈리아인 마리유 파롤리니(Marilù […]

신들린 제사장들(The Mad Masters, 1955)

하루만에 촬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지역 고유의 종교 의식을 보여준다. 니제르 아크라 출신인 하우카 신도들은 일 년에 한 번씩 모여 의식을 거행한다. 의식을 집전하는 사제의 거친 호흡, 떨림은 신이 내리기 시작하는 신호이다. 의식은 개의 희생으로 끝나고, 신들린 신도들이 개를 먹으면서 식민지 […]

밤안개(Night and Fog, 1955)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를 다루었다. 2차대전 중 유태인들의 아우슈비츠수용소 생활과 독일 병사들의 모습, 그리고 수용소의 학살 후 흔적과 학살된 모습을 실제필름을 섞어가면서 프랑스인의 시각으로 파헤친 다큐멘터리.

루이지애나 스토리(Louisiana Story, 1948)

‘알렉산더 나폴레옹 율리시스 라투르’라는 긴 이름의 12세 케이전 소년, 그가 루이지애나 하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악어가 우글거리지만 조심해서 물고기사냥도 하면서 놀고 있다. 하지만 순수한 소년의 마음은 아버지가 석유회사와 임대계약에 서명하려하자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석유회사가 원유시굴에 필요한 유정탑을 설치하려하기 때문이다.

산 피에트로의 전투(The Battle Of San Pietro, 1945)

존 휴스턴 감독의 2차세계대전 기록영화로 군대의 선전용으로 만들어졌다. 큰 스케일이 아닌 한 보병부대가 이탈리아의 산 피에트로라는 마을을 독일군에게서 탈환하는 과정의 전투 상황을 제3자입장에서 자세하고도 리얼하게 수록한 다큐멘터리다. 일부 연출한 장면도 포함되어 있지만 전쟁의 공포와 혼란을 잘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