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엔딩(Hollywood Ending, 2002)

한때 헐리우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아카데미 상을 2번이나 수상했던 왕년의 대박감독 발 왁스만. 화려한 날은 가고, 다시 영화를 찍고 싶다, 맡겨만 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만 해온 지 벌써 10년째다. 별볼일 없는 CF나 찍으며 근근히 살아가던 어느날, 그가 간절히 원하던 컴백의 찬스가 주어진다.
 
읽는 순간 그림이 딱 나오는 최고의 시나리오에 6천만불짜리 초대박 프로젝트 <잠들지 않는 도시>. 문제는 이 영화의 제작자가 바로 아내를 훔쳐간 도둑놈 할 예거이고, 뜬눈으로 도둑맞은 아내 엘리가 하늘같은 프로듀서라는 사실!

게다가 이 달콤한 제안이 모두의 반대를 뿌리친 엘리의 강력추천으로 이루어졌다는 후문은 발의 자존심과 질투심에 불을 당긴다. 하지만, 다시 영화를 만들 수만 있다면 살인도 할 지경이라는 그는 이 기회를 결코 놓칠 수 없다. 어제의 아내를 오늘의 상관으로 모시며 그녀를 빼앗아간 작자의 눈치까지 봐야한다는 부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착찹함, 초대형 프로젝트에 투입된 엄청난 스트레스까지!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하지만 복잡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던 그에게 그만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

그가 눈 감고도 찍을 베테랑인 것은 사실이지만 촬영 직전, 진짜로 눈이 멀어버린 것! 의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심리적 장님상태’라고 진단하는데 뾰족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다. 절망에 빠진 발. 이번 기회가 얼마나 어렵게 주어진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에이전트 알은 일단 그의 상태를 비밀에 붙이고 촬영을 개시하자고 제안한다. 눈 감고 찍었나 싶은 영화는 많지만 진짜 장님이 찍는 영화는 여기 단 한 편.

크랭크 인! 이제 앞이 캄캄한 발 왁스만 감독의 <잠들지 않는 도시> 촬영이 시작된다!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