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네이쳐(Human Nature, 2001)

호르몬 이상으로 온 몸에 털이 자라는 여자, 라일라. 지성과 미모를 갖췄어도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는 서커스단의 여자 킹콩 역이 고작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라일라는 자살을 결심한다. 욕실에서 자신의 팔목을 면도칼로 그으려는 순간, 생쥐 한 마리가 마치 그녀를 비난하는 듯이 빤히 쳐다본다. “난 온 몸이 털로 뒤덮였어도 전혀 불행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한 생쥐의 눈빛을 보며, 라일라는 인간사회의 잣대로 자신의 외모를 저주해왔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라일라는 자연다큐 소설을 발표해 평생 먹고 살 돈을 벌자마자, 속세와 인연을 끊고 숲으로 들어가 자연과 벗하며 새로운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성욕과 사랑에 목마른 라일라는 독수공방의 고통까지 감내하기엔 역부족. 결국 그녀는 문명세계로 돌아와 사랑할 짝을 찾아내지만, 그 남자가 하필이면 털난 짐승과 야만성을 혐오하는 남자, 나단이었으니…

에티켓을 생명처럼 중요시하는 양부모에게 양육된 행동주의 심리학자, 나단. 양부모의 철저한 교육철학에 힘입어 그는 강박적인 에티켓 신봉자로 성장한다. 문명과 예절이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믿음으로 쥐나 기니아피그에게 테이블 매너를 가르치는 연구에 몰두하는 나단은 이러한 실험이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는 신념에 빠져 있다.

왜소컴플렉스(Tiny Penis:세상에서 자기 것이 가장 작다고 생각한다)로 서른을 넘기도록 숫총각으로 지내온 나단은 어느 날, 털제거시술까지 받으며 파트너 찾기에 여념이 없던 라일라를 만난다. 이들은 첫눈에 서로의 욕망을 확인하고, 행복한 동거에 들어간다. 라일라는 매일같이 털을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나단과 사랑을 나누지만, 나단은 우연히 그녀의 털의 비밀을 알고 뜨악해지는데…

자신을 원숭이라 굳게 믿고 있는 아버지와 함께 깊은 숲속에서 원숭이처럼 자라온 야성인간, 퍼프. 한때 동물원 원숭이 우리를 탈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후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된 퍼프의 아버지는 인간화 교육을 받고 퇴원하여 인간생활에 적응해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한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잘 살아가던 어느 날, 케네디 암살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완전히 돌아버린 아버지;“원숭이는 같은 종족의 우두머리를 암살하지 않는다!” 이렇게 인간에게 환멸을 느낀 아버지와 숲으로 들어가 이십여년간 문명과 격리되어 성장한 퍼프는 어느 날, 숲으로 하이킹을 온 라일라와 나단의 눈에 띄어 문명세계에 첫발을 디디게 된다.

나단은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야성인간 퍼프가 자신의 연구를 완성시켜줄 최상의 실험 재료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나단은 투명 플라스틱 셀에 퍼프를 가둬놓고 인간의 말(English)과 테이블 매너, 오페라 감상법, 적절한 타이밍에 박수치기 등 소위 문명인으로서 갖춰야할 매너와 지식을 가르친다. 퍼프가 말을 안들을 땐 그의 목에 걸어놓은 개목걸이에 무차별 전기충격을 쏘아대면서…

나단은 실험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고 퍼프를 플라스틱 셀에서 나오게 하여 첫 야외실습을 데리고 나간다. 처음 문명의 세상에 나온 퍼프. 퍼프의 눈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는 나단에게 교육받은 대로 거리에서, 레스토랑에서, 오페라 하우스에서 완벽한 매너를 과시하지만, 야성의 본능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으니, 그것은 바로 암컷만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는 “성욕”.

고급레스토랑에서 예쁜 웨이트리스를 보자마자 성욕이 발동한 퍼프는 그녀를 식탁에 때려눕히고 교미를 하려는 헤프닝을 벌인다! 나단은 즉시 퍼프에게 “성욕억제훈련”을 실시한다. 나단은 온갖 야한 포르노사진을 걸어놓고, 퍼프가 성욕을 일으킬 때마다 강력한 전기충격을 쏘아가며 그를 금욕주의자로 길들인다.

문명인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성욕 억제 훈련”까지 무사히 통과한 퍼프는 나단과 함께 숱한 세미나와 순회 강연을 다니면서 부와 명성을 맛보지만, 억눌린 성욕을 풀길 없는 퍼프는 남몰래 밤거리를 헤메며 창녀를 찾는 이중 생활을 하게 된다.

나단의 실험 때문에 순수한 야성을 잃어가는 퍼프의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라일라는 퍼프를 플라스틱 셀에서 탈출시켜 야성을 재교육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한번 문명의 맛을 본 퍼프가 다시 야생에 적응하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슬픔과 동정(The Sorrow And The Pity, 1969)

프랑스의 마르셀 오펄즈라는 좀 생소한 감독이 만들었고 프랑스, 스위스, 서독의 공동 자본으로 만든 작품인데, 특이한 점이라는 것은 다큐멘타리와 픽션이 혼합된 일종의 다이렉트 시네마라는 점이다. 영화의 주요 내용은 세계 제2차대전 당시 독일군 점령하의 프랑스가 배경이며 거기에서 활동했던 레지스탕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

세일즈맨(Salesman, 1969)

세일즈맨은 미국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이다.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어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때론 만들어내기도 한다. 세상에서 팔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신조이다. 의 등장인물들은 집집마다 방문하여 성경을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네 명이 한 조로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돈다. […]

하이 스쿨(High School, 1968)

필라델피아에 있는 백인중산층 학생들을 위한 공립학교인 노스이스트 고등학교를 다큐멘터리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다. 교사과 관리의 권위주의와, 학교가 학생에게 자기표현과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지 못하고 성적지상주의와 취업에만 열을 올린다. 학교가 무의미한 겉치레와 형식만 강조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돼지의 해(In the Year of the Pig, 1968)

영화는 공산주의의 침투로부터 세계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미국이 동남아 정세에 개입하여 식민화 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식민화의 싸움에서 중국이 가장 먼저 물러나고 뒤이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열강들이 손을 뗀다. 또한 영화는 베트남 전쟁이 결코 피할 수 없었던 전쟁도 아니었을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장대로 […]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The Hour of the Furnaces, 1968)

제3세계 영화를 언급함에 있어 절대 빠질 수 없는, 기념비적 다큐멘터리. 1966~7년 아르헨티나의 정치·사회·문화에 대한 종합보고서인 이 작품은, 서구의 경제와 문화에 잠식된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신식민지라 칭하며 보는 이에게 투쟁 의식을 고취시키는 프로파간다다. 뉴스릴·오페라·프란츠 파농과 피델 카스트로의 연설·인터뷰들이 나열되고 상업광고기법을 과감히 도입하는 […]

리포트(Report, 1967)

존 F. 케네디가 저격된 날부터 TV로 방영된 암살장면들을 슈퍼8미리 흑백필름으로 기록하여 4년동안 편집의 편집을 거쳐 13분의 길이로 세상에 내놓았다. 암살된 직접적인 장면들보다는 그 후에 재생산된 이미지와 음향들을 모아 또 다른 장면을 재현내 낸다.

티티컷 풍자극(Titicut Follies, 1967)

메사츄세츠주의 브릿지 워터에 있는 주립 정신병원에 있는 죄수, 교도관, 정신분석가 등의 다양한 삶의 양태를 다루고 있다. 그 주립 정신병원은 정신병원과 감옥의 중간 형태, 즉 정신병으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른 죄수를 수용하고 있다. 제목인 는 그 병원에서 해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연례공연의 이름이다. […]

돌아 보지 마라(Don’t Look Back, 1967)

1965년 봄, 23살의 반골 음유시인, 밥 딜런은 3주 동안 영국에서 머물게 된다. 펜네베이커는 공항에서 복도까지, 호텔방에서 기자 회견실까지, 그리고 인터뷰와 콘서트까지 따라다니면서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밥 딜런이 사운드 트랙 “Subterranean Homesick Blues”에 맞춰 가사를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부터 딜런의 장난기 […]

파장(Wavelength, 1967)

<파장>은 구조영화라는 실험영화에 있어서 하나의 대표적 경향성을 널리 알린 마이클 스노우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고정된 카메라로 빈 방을 비추며, 마치 한 번의 테이크로 촬영한 듯, 벽에 붙은 물결의 사진을 향해 45분간 아주 천천히 줌인한다. 줌 인 되는 동안 […]

전쟁게임(The War Game, 1965)

흑백화면임에도 불구하고 보기 힘들 정도로 핵전쟁의 위험과 그 후의 처참함을 담고 있어 제작을 했던 BBC조차도 방송금지 판정을 내렸다. 영국의 뉴스 제작팀이 촬영한 것으로 설정된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대량 학살로 인해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부러워할 만큼 리얼하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