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Nine-Tailed Fox, 1994)

저승 행정요원의 실수로 약간 모자란 듯한 저승사자 69호가 세상에 내려온다. 그의 임무는 999년째 인간 세상을 떠돌고 있는 꼬리 아홉 달린 암여우를 잡아들이는 것이다. 반인간 반여우로 살아가는 구미호 하라는 이제 남은 1년 안에 어떻게든 한 남자의 사랑과 정기를 받아 완전한 인간이 되기를 열망하지만 세상에 기댈만한 남자, 믿을만한 인간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통탄과 비통의 나날을 보내던 구미호는 어느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남자, 혁을 만나게 된다. 왠지 인정많고 가슴이 따뜻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 같은 남자다. 그즈음 저승사자는 간첩으로 오인되어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되고 자신을 신주로 모시고 있는 무당을 만나 구미호에 대한 소재파악에 나선다. 택시기사를 그만두고 구미호와 그림같은 집에서 살게 되는 혁.

구미호는 밤마다 혁과 알몸이 되어 자신이 고통스럽게 뱉어낸 구슬을 주고 받으며 염락의 세계에 넘나들지만 결코 섹스는 허락하지 않는다. 욕망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통하여 완전한 인간, 아름다운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 혁과 함께 영원히 살고 싶은 것이다. 혁도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풍요한 삶과 행복함에 취하여 그녀를 결코 의심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하기 시작한다.

한편 저승사자는 우여곡절끝에 구미호에게 접근하지만 여의치 않자 혁을 만나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한다. 구미호와 자신의 만남이 사전계획된 것이었으며 자신을 인간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혁은 충격을 받지만 자신이 그녀를 너무나 깊이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슬픔과 동정(The Sorrow And The Pity, 1969)

프랑스의 마르셀 오펄즈라는 좀 생소한 감독이 만들었고 프랑스, 스위스, 서독의 공동 자본으로 만든 작품인데, 특이한 점이라는 것은 다큐멘타리와 픽션이 혼합된 일종의 다이렉트 시네마라는 점이다. 영화의 주요 내용은 세계 제2차대전 당시 독일군 점령하의 프랑스가 배경이며 거기에서 활동했던 레지스탕스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

세일즈맨(Salesman, 1969)

세일즈맨은 미국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이다.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어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때론 만들어내기도 한다. 세상에서 팔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신조이다. 의 등장인물들은 집집마다 방문하여 성경을 판매하는 사람들이다. 네 명이 한 조로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돈다. […]

하이 스쿨(High School, 1968)

필라델피아에 있는 백인중산층 학생들을 위한 공립학교인 노스이스트 고등학교를 다큐멘터리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다. 교사과 관리의 권위주의와, 학교가 학생에게 자기표현과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지 못하고 성적지상주의와 취업에만 열을 올린다. 학교가 무의미한 겉치레와 형식만 강조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돼지의 해(In the Year of the Pig, 1968)

영화는 공산주의의 침투로부터 세계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미국이 동남아 정세에 개입하여 식민화 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식민화의 싸움에서 중국이 가장 먼저 물러나고 뒤이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열강들이 손을 뗀다. 또한 영화는 베트남 전쟁이 결코 피할 수 없었던 전쟁도 아니었을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장대로 […]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The Hour of the Furnaces, 1968)

제3세계 영화를 언급함에 있어 절대 빠질 수 없는, 기념비적 다큐멘터리. 1966~7년 아르헨티나의 정치·사회·문화에 대한 종합보고서인 이 작품은, 서구의 경제와 문화에 잠식된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신식민지라 칭하며 보는 이에게 투쟁 의식을 고취시키는 프로파간다다. 뉴스릴·오페라·프란츠 파농과 피델 카스트로의 연설·인터뷰들이 나열되고 상업광고기법을 과감히 도입하는 […]

리포트(Report, 1967)

존 F. 케네디가 저격된 날부터 TV로 방영된 암살장면들을 슈퍼8미리 흑백필름으로 기록하여 4년동안 편집의 편집을 거쳐 13분의 길이로 세상에 내놓았다. 암살된 직접적인 장면들보다는 그 후에 재생산된 이미지와 음향들을 모아 또 다른 장면을 재현내 낸다.

티티컷 풍자극(Titicut Follies, 1967)

메사츄세츠주의 브릿지 워터에 있는 주립 정신병원에 있는 죄수, 교도관, 정신분석가 등의 다양한 삶의 양태를 다루고 있다. 그 주립 정신병원은 정신병원과 감옥의 중간 형태, 즉 정신병으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른 죄수를 수용하고 있다. 제목인 는 그 병원에서 해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연례공연의 이름이다. […]

돌아 보지 마라(Don’t Look Back, 1967)

1965년 봄, 23살의 반골 음유시인, 밥 딜런은 3주 동안 영국에서 머물게 된다. 펜네베이커는 공항에서 복도까지, 호텔방에서 기자 회견실까지, 그리고 인터뷰와 콘서트까지 따라다니면서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밥 딜런이 사운드 트랙 “Subterranean Homesick Blues”에 맞춰 가사를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부터 딜런의 장난기 […]

파장(Wavelength, 1967)

<파장>은 구조영화라는 실험영화에 있어서 하나의 대표적 경향성을 널리 알린 마이클 스노우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이 영화는 고정된 카메라로 빈 방을 비추며, 마치 한 번의 테이크로 촬영한 듯, 벽에 붙은 물결의 사진을 향해 45분간 아주 천천히 줌인한다. 줌 인 되는 동안 […]

전쟁게임(The War Game, 1965)

흑백화면임에도 불구하고 보기 힘들 정도로 핵전쟁의 위험과 그 후의 처참함을 담고 있어 제작을 했던 BBC조차도 방송금지 판정을 내렸다. 영국의 뉴스 제작팀이 촬영한 것으로 설정된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대량 학살로 인해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부러워할 만큼 리얼하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