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Blind, 2007)

하얀 눈으로 뒤덮인 마을의 거대한 저택. 얼굴이 온통 흉터로 뒤덮인 마리가 시력을 잃어 앞을 보지 못하는 귀공자 루벤을 돌보기 위해 고용된다. 촉각을 통해서만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남자와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자의 아이러니한 만남은 곧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으로 발전하고, 안데르센의 환상동화 <눈의 여왕>의 아름다운 이미지가 그들의 슬픈 사랑과 함께 변주된다.

그러나 새로운 의술이 발견되고 루벤이 시력 회복 수술을 받기로 하자, 그가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을 두려워 한 마리는 머물 것인가 떠날 것인가의 고통스러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사회에서 ‘장애’라 이름하는 육체적인 조건들로 인해 자아를 초월하는 깊은 사랑을 발견해 낸 그들만의 공간이 근대 과학의 침입으로 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루벤은 시각이 우위를 선점하는 이성의 세계가 그들의 환상적인 공간을 파괴하도록 방관하지 않는다.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