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다큐멘터리 작가 지안프란코 로시의 네 번째 작품은 로마의 거대한 외곽순환도로 ‘그라(GRA)’와 그 주변인들의 삶을 응시하는 잔잔함이 두드러진다. 감독은 시종일관 객관적인 시선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다니는 응급의료요원, 캠핑카에 사는 커플, 도로 주변 건물에 살고 있는 가족 등 다양한 인간군상을 병행시켜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은 때로는 하루하루의 대화를 통해 때로는 적막한 풍경과 침묵 속에 흘러간다.
감독이 2년 동안 현장에서 체류하며 찍었다는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구불구불한 형태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이 도로 이면의 보이지 않는 세계들, 규명하기 어려운 교묘한 특성들, 스쳐 지나가는 환영들, 그리고 가능한 미래들을 밝혀준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수작 다큐멘터리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필견의 작품이다.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이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