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의 작별(Goodbye to Language, 2014)

실험적이고 난해한 영화세계로 유명한 장 뤽 고다르가 내놓은 신작 3D의 내용을 설명하기란 참으로 난감하다. 관객들 각자가 퍼즐을 맞춰가듯 봐야 할 이 작품을 파편적으로나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유부녀와 독신 남자가 만나 사랑하는 동안 개 한 마리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여자의 가정은 풍비박산이 된다. 계절이 바뀐 후 이별했던 남녀는 재회하고 개는 그들과 함께 있다. 또 다른 영화가 시작되고, 이제부턴 인간의 존재보다 메타포들이 스크린을 지배한다. 개는 짖고 아기는 울음을 터뜨린다.

이 영화를 칸에서 3D 용 안경을 쓰고 본 많은 이들이 눈의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간혹 초점이 맞지 않는 듯 흔들리는 이미지들이 야기하는 두통을 함께 나누면서 혹시 이런 상황이 감독에 의해 의도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누가 이 거장에게 반기를 들 수 있을까? 세계 영화사에 이미 한 획을 그은 고다르는 신작을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 받을 만하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