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 수 없어(I Can’t Sleep, 1994)

클레르 드니는 타자와 신체의 이미지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감독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보냈고, 프랑스 고등영화학원 이덱(IDHEC)을 졸업한 후, 12년간 자크 리베트, 코스타 가브라스, 빔 벤더스, 짐 자무쉬의 조감독 생활을 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출발한 타자의 문제는 서로 다른 환경에 놓인 타인들이 부딪히게 되는 소통과 교류,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체성 문제, 욕망의 문제로 드러난다.

신체와 젠더, 섹슈얼리티가 교차하고 분열되는 사회 구조에 밀착한 시선을 놓치지 않으면서 아름답고 사려깊은 시선으로 내적인 세계를 탐구한다. 또한 현실을 매혹적인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영화의 특권을 재발견한 작가이자, ‘영화는 미지의 타자를 향한 운동, 사람간의 관계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향한 운동‘으로 기능하는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작가이기도 하다.

<잠들 수 없어>는 실화에 기초한 연쇄살인을 다룬 이야기고, 역시 느슨하게 연결된 인물들의 관계를 따라간다. 고정되지 않고, 표류하고 분리된 신체와 내러티브는 복잡한 구조로 구성되며, 인물의 행동이나 내러티브와 상관없는 영화적 세계를 만들어낸다. 드니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또 다른 타자와 세계를 만나게 되는 경험의 시간이 될 것이다.
(부산시네마센터 2011 – [개관영화제]백화열전)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