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향기(A Taste of Cherry, 1997)

한 남자가 자동차를 몰고 황량한 벌판을 달려간다. 그는 지나치는 사람들을 눈여겨보며 자신의 차에 동승할 사람을 찾는다.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은 수면제를 먹고 누운 자신이 위로 흙을 덮어줄 사람,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는 그의 간절한 부탁에도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다. 앳된 얼굴의 군인도, 온화한 미소의 신학도도 ‘죽음’이란 단어 앞에선 단호하게 외면할 뿐.

드디어 한 노인이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박물관에서 새의 박제를 만드는 노인은 주인공 바디에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며 작지만 소중한, 삶의 기쁨들을 하나씩 펼쳐 놓는다. ‘누구의 삶이나 문제가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생각해봐요. 삶의 즐거움을, 갓 떠오른 태양의 아름다움, 맑은 샘물의 청량함, 그리고 달콤한 체리의 향기를…’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불현듯 삶에 대해 강한 애착을 느끼는 바디. 운동장을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도시의 하늘 너머 펼쳐지는 저녁노을의 눈부신 빛깔…

밤이 오고 바디는 수면제를 먹고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 안에 눕는다. 조금은 긴장된 그의 얼굴 위로 푸른 달빛이 서리고… 때맞춰 내리는 비. 사방은 온통 어둠뿐. 가끔씩 치는 번개의 빛에 그의 얼굴이 잠깐 보였다간 사라지는데, 아침이 오면 그는 그토록 바라던 죽음을 얻게 될까? 아니면…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