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발사(The President’s Barber, 2004)

청와대가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 경무대가 위치한 동네에 효자이발관이 있었다. 효자이발관은 성한모, 혹은 두부한모라고 불리우는 소심하지만 순박한 이발사가 주인으로, 그는 면도사겸 보조로 일하던 처녀 김민자를 유혹(?)해 덜컥 임신을 시켜버리는 대책없는 이발사였다.

경무대 지역 주민다운 자긍심으로 그는 나라가 하는 일이라면 항상 옳다고 믿었고, 사람들이 3.15부정선거라 비판해 마지않는 1960년 3월 15일 선거날에도 나라를 위해 투표용지를 먹어버리거나, 야산에 투표함을 묻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임신은 했지만 결혼은 않겠다는 민자를 설득한 것도, 나라의 정책이었던 ‘사사오입’으로 임신 다섯달이면 사람 한 명으로 봐야 하니까 무조건 낳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약 5개월 뒤 1960년 4월 19일 그는 아들 낙안을 얻는다. 1960년 4월 19일, 한모의 아내 민자의 진통이 격해지고, 성한모는 리어카에 아내를 싣고 병원으로 출발하는데… 왠걸, 거리에는 3.15 부정선거를 철회하라는 대규모 집회가 한창이다. 군인의 발포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은 이발사용 흰 가운을 입은 한모를 의사로 착각하고, 어쩌다 영웅이 된 한모는 진통중인 민자를 태운 리어카에 애국청년들을 마저 태우고 병원으로 향한다.

성한모의 아들 낙안이가 태어난 이 날은 훗날 ‘4.19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1961년 5월 16일 이발관 앞으로 탱크가 한차례 지나간 후로는 ‘중고생 삭발령’의 조치가 내려져 이발관은 나날이 번창했다.

시간은 흘러 1970년대, ‘사사오입’으로 운명이 결정되고, ‘4.19 혁명’의 현장에서 태어나, ‘5.16 군사 쿠데타’에 의한 정권이 벌어준 돈으로 기른 아들 낙안이도 초등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16년을 지켜온 효자이발관의 이발사 성한모의 인생은 어느 날 찾아온 청와대 경호실장 장혁수에 의해 전환기를 맞는다. 간첩 나온다길래 신고했더니, 그 간첩이 중앙정보부 직원이었을 줄이야… 속사정을 모르는 대통령은 성한모의 감시정신을 높이 사 ‘모범시민 표창장’을 하사한다.

그러나 자랑스러워하던 마음도 잠시,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청와대에 불려가, 대통령 각하의 머리를 깎는 청와대 이발사가 된다. 속도 모르는 동네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하며 밤낮으로 아부하지만, 대통령 각하의 머리를 깎으면서부터 그의 인생은 더욱 꼬이기 시작한다. 경호실장 장혁수가 두 눈 부릅뜨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각하의 용안에 가위와 면도날을 들이대야 하니 좌불안석, 혹여 상처라도 낼라 진땀만 뻘뻘 흘리며, 눈치보기 일쑤고, 게다가 청와대 내 권력의 2인자 자리를 두고 경호실장 장혁수와 중앙정보부장 박종만의 팽팽한 대립 속에 성한모의 하루하루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어느 날 밤. 청와대 뒤 북악산에 간첩이 잠입한다. 제 아무리 무서운 간첩이라 해도 생리적 욕구는 어쩔 수 없는 법, 갑작스런 설사병에 쭈그리고 앉아 변을 보던 간첩들은 마침 순찰을 돌던 군인에게 들켜 한바탕 총격전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에서는 설사병을 간첩에 의해 전염된 불순한 병으로 규정한다. 일명 ‘마루구스’ 병! 이에 설사만 했다 하면 동네사람들끼리도 서로 의심하여 고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는데…

하필 이런 때 성한모의 아들, 낙안이마저 줄줄 물똥을 싼다. 불안해진 성한모, 우리 아들은 간첩이 아니라며 낙안이를 제 손으로 경찰서에 데려가고, 간첩엔 애어른도 없다고, 어린 나이에 간첩 용의자가 되어버린 낙안은 중앙정보부 고문실로 끌려간다. 설상가상으로 이 기회에 성한모를 이용해 장혁수를 제거하고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음모를 품은 박종만은 어린 낙안마저 고문하여 성한모 부자를 ‘마루구스’ 병으로 검거하려 하는데… 과연 이발사 성한모와 아들 낙안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벤다 빌릴리!(Benda Bilili!, 2010)

새로운 시대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만나다! 전세계를 감동시킨 지구상 최고의 라이브 밴드 <벤다 빌릴리>!!프랑스의 음악 취재기자 리노드 바렛과 플로렝 드 라 툴라예는 콩고에서 우연히 만난 거리의 아티스트 ‘벤다 빌릴리’의 음악을 듣고 단숨에 매료된다. 자신들의 삶을 녹여낸 가사와 어깨를 들썩이게 […]

러브 인 코리아(Love in Korea, 2010)

5월의 어느 날 마붑에게 국제전화 한 통화가 걸려온다. 고향 방글라데시에서 10명 가량의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목적은 영화촬영. 한국에서 이미 장편영화의 주연배우를 했고,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데뷔까지 한 마붑은 영화라면 무조건 관심이 간다. 더군다나 고국 방글라데시에서 사람들이 온다는데… 설레는 마음에 도와주겠다고 […]

열정(Passion, 2010)

몽골영화계의 영광스런 과거와 몰락한 현재를 고찰하는 로드무비 형식의 다큐 빈더 지그지드 감독은 몽골영화의 거장 지그지드 데지의 아들로 몰락한 몽골영화계에서 여전히 영화를 만든다. 마땅한 극장 없이 유랑단 처럼 필름과 영사기를 차에 싣고 몽골 구석구석을 떠도는 빈더 감독의 열정과 고뇌를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

잊혀진 꿈의 동굴(Cave of Forgotten Dreams, 2010)

1994년 프랑스 남부 아르데스 협곡, 3만 2천년 전 인류의 꿈을 고스란히 간직한 신비로운 동굴 하나가 발견된다. 탐험대장의 이름을 따라 쇼베 동굴로 명명된 그 곳에는 동굴곰, 털코뿔소, 메머드 등 멸종된 희귀동물의 모습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300여점의 원시예술벽화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마치 동굴 […]

세나 : F1의 신화(Senna, 2010)

그는 이제까지 존재한 가장 위대한 레이서였다! 1984년 6월, 모나코 그랑프리. 모터 레이싱 역사상 가장 유명한 드라이버들이 트랙 위에 섰다. 그 날 경쟁을 벌였던 선수들 중에는 현재 월드 챔피언인 케케 로즈버그, 대담무쌍한 금욕주의자 영국인 니겔 만셀, 월드 챔피언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던 […]

보라(The Color Of Pain, 2010)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상시고용 5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는, 해당 사업장의 보건관리 업무를 맡은 산업의학 전문의에게 3개월에 한번씩 보건관리를 받도록 되어있다. 이 영화는 위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현장보건관리를 1년 여간 촬영한 기록물에서 출발한다. “올 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으응, […]

아르마딜로(Armadillo, 2010)

아프가니스탄 최전선 아르마딜로 캠프에 파병된 덴마크 청년들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6개월간의 복무를 시작한다. 이러한 덴마크 병사들을 위협하는 건 눈에 보이는 탈레반 게릴라들이 아닌 매일같이 반복되는 정찰과 훈련 속에 일상화 되어버린 무료한 현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 대원들에게 전쟁의 총성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적이 […]

나의 선택 – 잊혀진 가방 그 못다한 이야기(The Forgotten Bag, 2010)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가방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가방은 우리와 항상 동행한다. 가방 속에 담긴 각각의 물건들을 통해 각자의 목표와 꿈을 이뤄나가고 있으니. 가방이야말로 우리 삶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국 런던에서 30분 정도 되는 거리에 불스트로드라는 지역이 있고 […]

종로의 기적(Miracle on Jongno Street, 2010)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밤이 찾아오면 새로운 주인들이 하나 둘씩 골목을 채우기 시작한다.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이 서로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며, 친구를 만나고, 사랑을 찾는 그 곳. 낙원동은 언제부터인가 게이 남성들을 위한 작은 ‘낙원’이 되었다.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큰 소리 한 번 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