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이 눈뜰때(When Adam opens his eyes, 1993)

대학입시에 실패한 재수생 아담이, 그 때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 그리고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었다. 그것들만이 아담이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대학입시가 끝나는 날 고등학교 때 사귄 여자친구 은선과 마지막 시험인 성인식을 치루지만 은선이 대학에 들어가 현실참여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하면서 사이가 멀어진다. 대신 생활에의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친구 상수와 락카페를 드나들면서 현재라는 고 3 소녀를 알게 된다.

뭉크 화집 ‘사춘기’에 나오는 소녀를 연상시키는 현재는 항상 헤드폰을 꽂고 다니면서 스스로 현실과 고립되는 그녀에게 세상으로 통하는 통로는 오직 성과 음악이다. 아담은 그 해, 자신의 소망을 모두 이룬다. 제일 먼저 중년 여화가의 누드 모델이 되어준 댓가로 뭉크 화집을, 오디오가게 주인의 성적 상대가 되어준 댓가로 텐테이블을 얻게 된다.

마지막 세번째 것은 절망같은 세상에서 탈출하고자 록카페의 빌딩 유리창을 몸으로 깨고 자살한 현재가 유언처럼 남기고 감으로써 얻게 된다.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