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Ida, 2013)

수녀원에서 자란 안나는 서약을 하고 수녀가 되기 직전에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를 만나러 간다. 그녀는 이모로부터 자신이 유대인이며 본명이 ‘이다’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두 여인은 숨겨진 가족사를 밝혀내고 그들이 진정 누구이며 그들이 속한 곳은 어디인지 알아내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예수의 동상에 색칠하는 수녀들을 보여주며 시작되는 <이다>는 각 샷의 구도와 명암이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으로 아름다운 정사진들이 연속되는 듯한 미적 경험을 선사한다. 화면 속 인물의 위치는 클로즈업에 가까운 장면들에서조차 탈중심화되어있고, 투샷에서도 인물들은 종종 구석으로 치우친다. 이는 전체 화면구도에 대한 형식적 고민을 반증하며 자리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인물들의 삶과도 맞닿는다.
 
로드무비의 성격을 띠는 이 영화에서 두 여성 캐릭터는 극단적인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독립된 그들의 여정이 하나로 만날 때 그 여파는 둘의 운명을 전복시킬 만큼 지대하다. 마지막 이다의 샷은 종교와 사랑을 넘어서는 그 무엇에 대한 고민거리를 우리에게까지 던져놓는다.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이수원)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