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Happy End, 1999)

전직 은행원 서민기(최민식)는 헌 책방에서 연애소설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는 듯하지만 실직한 처지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인다. 젖먹이 아이를 돌보며 시장도 봐오고 재활용 쓰레기도 분류하면서 가사를 대신한다. 서민기의 무기력함에 대한 아내 최보라(전도연)의 의연함은 오래 가지 못하고 서민기도 구직에 조바심을 가지면서 두 사람은 충돌이 잦아진다.

어린이 영어학원 원장인 아내 최보라는 옛 애인이었던 김일범(주진모)의 오피스텔을 드나들며 밀회를 거듭한다. 서민기에 대한 특별한 반감도 없지만 김일범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이윽고 서민기는 아내의 불륜을 눈치챈다. 박탈감을 추스르기도 전에 아내가 아이까지 팽개치고 김일범과 만나는 것을 목격한 서민기는 살의를 억누르지 못한다. 사랑과 집착, 서로 다른 욕망이 뒤엉킨 세 사람의 관계는 결국 비극적인 파국을 맞지만 서민기는 다시 덩그러니 일상의 한가운데 앉아 있다.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