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러브(Blind Love, 2006)

어느 맑은 아침 날, 새로이 머물 곳을 찾고 있던 이 둘은 지나던 길에서 아주 싼 값의 스튜디오 임대 전단지를 우연히 보게 된다. 밤과 낮을 나누어 그 중 12시간만 머물 수 있는 보기 드문 스튜디오이지만, 낮에 대부분의 청부수행을 하는 킬러와 밤에 주로 일을 하는 콜걸에게 그리 나쁜 조건만은 아닌 듯하다.

일이 없을 때에는 집 근처의 한 카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그 둘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같은 스튜디오에서 살지만 서로를 만나 본적이 없는 그들, 직업의 특성상 우연한 만남조차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과에 지친 그들을 어김없이 맞이하는 것은 단지 서로가 남기고 간 방안의 흔적과 체취뿐. 하지만, 그들의 무미건조한 삶에 이러한 이성에 대한 흔적들은 신선함 그 이상의 무엇으로 다가오고, 이미 서로에 대한 궁금증은 커진 가운데 그 애정 또한 점차 깊어만 가는데…

자신들의 삶에 주어진 그 이상의 것을 갈망하며 이 두 젊은이는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그들의 삶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