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2시(Saturday, 2:00 PM, 1998)

세련된 미모를 지닌 20대 후반의 여성 두연(이승연)이 한낮의 미술관에 들어선다. 그녀의 목적은 그림감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지갑을 터는 것. 대도시 서울에서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영화<카사블랑카>와 오렌지색을 좋아하는 두연은 어느 날 오렌지색 타이를 매고 영어 발음을 굴리는 잘 생긴 남자 윤태(김민종)를 만난다. 두연은 윤태에게 낭만적인 기대를 품지만 윤태는 돈많은 여자를 유혹해 팔자를 고치려는 구제불능의 한탕주의자일 뿐이다.

윤태는 두연의 화려한 차림새만을 보고 운이 트였다고 착각하고, 두 사람의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된다. 두연이 우연하게 깡패조직 자금 담당의 지갑을 털면서 두사람은 깡패들에게 붙잡혀 추궁을 당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두연을 쫓는 형사 상구의 집요한 추적이 이어지는데…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