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A Little Monk, 2003)

천진난만한 아홉살짜리 애기스님 도념과 외모에 엄청 관심이 많은 사춘기 총각스님 정심, 그리고 때론 할아버지처럼 자상하고 때론 무지(?) 폭력적인 큰스님이 한솥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살고 있는 산아래 고요한 산사. 올해도 어김없이 꽃들이 피었고, 빠알간 단풍이 졌고, 함박눈이 내렸지만, 어린 도념이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는다.

절에 나무를 해주는 아랫마을 초부 아저씨는 분명 도라지꽃이 활짝 피면 엄마가 오신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도 내 키가 저 나무만큼 자라면 오신다고 하겠지? 아저씨는 거짓말쟁이! 형처럼 나를 이뻐해주는 정심스님은 왜 허구헌날 절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큰스님 뒤를 쫄쫄 따라다니며 돈을 달라고 조르는 걸까? 스님이 어디에 돈이 필요하다고.. 이발할 머리도 없고, 샴푸도 필요 없고, 옷도 필요 없는데… 포경수술 때문이라나? 그게 도대체 뭘까…

급기야 항복한 큰스님은 정심과 도념에게 쌈짓돈을 쥐어주고, 난생 처음 유쾌한 세상 나들이를 나선 둘은 맛있는 피자도 먹고 바닷가도 놀러가고…..신났다 신났어… 근데 그렇게 조르던 포경수술도 했는데 정심스님은 왜 저렇게 시무룩할까?

얼마 전부터 절에 들르는 그 이쁜 아줌마가 오늘도 또 왔다. 나는 머리털 나고(아니, 그건 아니고…) 그렇게 이쁜 아줌마는 처음 봤다. 저 아줌마가 우리 엄마면 얼마나 좋을까? 이쁜 아줌마는 큰스님한테 나를 입양하겠다고 하지만, 큰스님은 막무가내로 안된다고 하신다. 미운 큰스님… 큰스님은 내가 엄마가 생기는게 질투 나는게 분명하다. 하지만 뭐 어때? 이번엔 아줌마한테 잘 보여 꼭 엄마라고 부르고 말테야… 도념의 마음은 또 다시 설레이기만 하는데… !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