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를 켜라(Break Out, 2002)

나이 서른에 부모님 호주머니 돈을 몰래 빌리는(?) 철없는 백수 허봉구. 오늘은 천성이 착해 늘 손해보기 일쑤인 그가 예비군 훈련을 받는 날이다. 아침에 갖고 나온 돈은 금세 바닥이 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돈 300원은 라이터를 사버렸다. 차비도 없어 목적지도 아닌 서울역까지 택시를 얻어 타고 온 허봉구. 막상 담배를 피려고 보닌 라이터가 없다! 화상실에 두고 온 걸 깨닫고 찾아보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문득 아까부터 자꾸 부딪혔던 한 사나이의 얼굴이 스친다. 그는 다름아닌 폼생폼사 건달 보스 양철곤.

라이터 얘기를 꺼냈다가 철곤 일당에게 몰매맞기 일보 직전인 허봉구 . 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허봉구의 마지막 자존심이 바닥을 치는 순간, 이대로는 도저히 물러설 수가 없다. 오직 라이터를 찾겠다는 생각뿐인 그가 철곤 일당을 쫓아 급기야 부산행 기차까지 타게 되는데…

영문을 모르는 폼생폼사 건달 보스 철곤. 박용갑 국회의원의 선거를 도왔으나 그 대가를 받지 못해 심기가 불편하다. 오리발을 내미는 박의원을 쫓아 부산행 기차를 타지만 박의원 또한 강경하다. 마침내, 극잔적인 철곤의 결단으로 박의원과 자폭을 결심한 철곤 일당은 기차를 점령하고, 기차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이때, 인질로 잡힌 기차 승객들 사이를 성큼성큼 비집고 나와 철곤을 향해 대드는 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 허.봉.구! 그의 요구안은 단 한가지 ‘내 라이터 내놔!’ 부산까지 정차없이 전속력으로 폭주, 대형참사로 치닫는 기차에서 허봉구 VS 양철곤 지상 최대의 혈투가 벌어지게 된다.

눈 앞에 보이는 거란곤 라이터밖에 없는 허봉구. 공포에 질린 승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작전으로 철곤 일행을 곤경에 빠뜨리고, 폭주하는 기차를 바라보며 속수무책인 경찰들을 놀라게 하는데….과연 그는 라이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at La Ciotat, 1895)

한 무리의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줄을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기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줄은 없어지고 기차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사람을 도와준다. 뤼미에르형제의 세계최초의 영화이자 상영시간 1분의 세계에서 가장 짧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