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것도, 하다 못해 먹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우리 엄마는 더운 것도, 추운 것도, 웃음도, 눈물이라는 것도 모릅니다…하지만, 그 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엄마에게도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라는 것을, 엄마에게도 응어리 질만큼 가슴 아픈 일이 있다라는 것을…
며칠 뒤면 있을 제 결혼식에는 못 올 엄마를 만나러 집으로 갔을 때, 엄마는 처음으로 내 앞에서 눈물을 내비쳤습니다…미안하다고… 아가야 미안하다고…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만 훔쳤습니다…
땅끝 마을 해남 우리집에서 목포 제 결혼식장까지는 차로 가면 1시간이지만, 차를 못 타는 우리 엄마에게는 그 곳은 갈 수 없는 나라와 같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무슨 결심이신지..
오늘부터 그 먼 길을 꼬박 걸어 제 결혼식장에 오시겠다고 합니다.
가족 모두가 말려도 한사코 고집을 부리십니다.
차를 못 타는 몹쓸병을 가진 엄마의 죄라며, 비바람이 몰아쳐도, 험한 산을 넘어서라도 꼭 오시겠답니다…
엄마는 왜 그렇게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 오시려는 걸까요?
엄마…
이제서야 당신을 소리 내어 불러봅니다…
이제서야 조금은 당신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당신 딸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세상에는 꼭 제 딸로 태어나기를…
그 때는 당신이 그랬듯 제가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