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편지봉투위에 미소처럼 새겨진 빨간 사과 하나. 그리고 설레는 그 이름 박현준. 자고 일어나면 들켜버릴 거짓말처럼 정민은 군인 아저씨에게 여 선생님인척 편지를 쓴다. 철부지 꼬마 정민이 스무해 되던 해. 그녀의 작은 마을에 젖은 눈동자를 가진 서른살의 청년이 스며든다. 상처받은 비둘기를 돌보고, 늘상 슬픈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그. 매일밤 그는 죽은 연인을 향해 쓴 편지를 비둘기 편에 날려 보낸다.
부질없이 하늘로 부친 편지, 그러던 어느날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답장이 날아온다. 정민에게도 비둘기가 전해준 편지는 두근거림 자체였다. 누군가의 외로움과 고독과 따뜻한 마음이 녹아 있는 비둘기 편지.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두사람. 그러나 현준은 새롭게 시작되려는 사랑이 두렵고 죄스러워 정민에게 마지막 비둘기를 띄워 보내고는 어디론가 떠난다. 마지막 편지에 쓰여진 이름, 박현준.
이제 정민은 어린 시절 추억속에 설레는 사람으로 남은 그를 기억해 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그렸던 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비둘기에 털실을 매달아 그에게로 날려보낸다.